성공적인 엔젤투자의 길라잡이
펀딩포유
2024.08.26
지난 글에서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꼭 확인해야 할 9가지 중 세 번째인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네 번째 주제 '트렌드'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트렌드'란 세상의 흐름을 의미 합니다. 세상의 흐름을 잘 주시하고 따라가면 사업이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빠르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흐름'에 대해서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은 기술이나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 것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역행해서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이 무척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진행되는 방향을 향해 걷는다면 훨씬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스타트업·엔젤투자를 하는데 있어 왜 트렌드가 중요한지, 트렌드의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연쇄 창업자인 아이디어랩의 빌 그로스는 사업에서 실패하는 이유 다섯 가지를 찾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타이밍'이라고 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자금·사람 등 사업에 있어 많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이 모든 요소들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타이밍이라는 것입니다. 투자 대상으로서 기업을 검토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프로덕트나 창업자가 가진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해 기업이 가진 기술이나 제품의 수준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같이 디테일하고 정밀한 요소들을 확인하다 보면 거시적이고 큰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트렌드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세상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라면 제품이 사업화 되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좋은 제품과 기술을 가진 회사를 발견했다면, 이 회사가 하려고 하는 사업이 세상의 흐름과 맞는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렌드의 한 예로 '출산율'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미취학 아동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사업을 하려고 하는 기업이 있다면 투자자는 그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효과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사업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당연히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투자자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거시적인 '트렌드 관점'에서 투자할 시장의 흐름을 보지만, 여전히 유치원에 많은 아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현장을 보면 시장이 유효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창업자는 교육 효과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 방법을 제공하면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업으로 매출을 내고 회사를 운영할 자신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자자는 다른 관점으로 사업을 본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사업은 성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취학아동을 대상으로 한 시장은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사업을 통해 매출을 만들어내고 사업의 현상유지를 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는 사업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는 이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하기 '흐름'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투자하려고 하는 아이템에 대해 5년 후나 1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앞서 예를 든 미취학아동 교육과 관련된 사업 아이템이라면 현재 출산율과 5년 후, 10년 후를 예상하는 통계자료를 보며 미래의 출산율을 추산해 보는 것입니다. 시간을 장기적으로 늘리면 늘릴수록 이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AI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예상해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을 합니다.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말들이 잘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다니고 있고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어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처럼 걸어다니며 여러가지 일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로봇에 챗GPT가 탑재되고, 로봇이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는 시기를 약 3년 후쯤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때 쯤이라면 실제 인간과 대화하며 다니는 로봇의 샘플 정도는 나올 수 있을 지 모릅니다. 5년 후라면 그런 로봇들이 일부 사업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많은 사업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적용되거나 지식 산업 분야에서 챗GPT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20년 후가 되면 아마도 인간의 직업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점을 길게 늘여보면서 이 분야와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를 예상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미래를 상상해보는 방법이 비즈니스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 그래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변화될 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예상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흐름을 예상하는 것입니다.
투자하고자 하는 비즈니스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흐름을 주도하지 못한다고 해도 시장의 흐름에 이 비즈니스가 올라탈 수 있다면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이러한 시장은 과거와 미래의 시장 규모가 크게 바뀌지 않고 흐름의 영향을 잘 받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제를 해결해낼 때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흐름에 역행할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입니다.
이 비즈니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흐름을 주도하거나, 흐름에 부합하거나, 흐름에 관계없이 고정된 시장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흐름에 역행하는 비즈니스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흐름을 주도하는 비즈니스나 사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수많은 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창업자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흐름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 입니다. 흐름을 예측하고 그 흐름 속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진행 될 지 생각해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생각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처음에 말씀드린 '타이밍'입니다.
앞서 AI 기술의 5년 후,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과 그 비즈니스에 지금 투자 할 것인 지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과연 지금이 AI 기술에 투자를 해야 하는 타이밍일까요? 처음 오픈 AI에서 챗GPT가 등장했을 때 세상은 열광 했습니다. 하지만 바드(현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가 등장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지금은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처럼 손쉽게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의 기준에서 AI는 '하나의 서비스'에 불과해졌고, 어떤 모델이 주도권을 잡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즉, AI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비즈니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타이밍입니다. AI 기술을 가진 기업에 지금 바로 투자하는 것이 좋을 지, 나중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방식이 달라져서 또 다른 비즈니스가 등장할 수 있으므로 투자시기를 좀더 지켜볼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투자할 타이밍'이 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 기술, NFT 등 디지털 이미지의 정품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에 사람들이 열광했었습니다. 또 코로나 시대 때는 VR·AR 기술이 엄청난 각광을 받으며 세상이 이러한 기술들로 전부 바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기술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아마 그때 당시에 이루어진 많은 투자들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아무리 프로덕트가 좋고, PMF를 찾은 제품이고, 비즈니스모델이 좋은 기업이라도 세상의 흐름과 맞지 않고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면 사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은 트렌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에 현재만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투자는 미래 가치에 하는 것이다' 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세상이 펼쳐질 지, 그래서 지금 투자를 해야 하는지 등 미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 지면에서는 '경쟁력'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