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엔젤투자의 길라잡이
펀딩포유
2023.04.28
그 당시에는 기업에게 좋은 소식이거나 기업이 성공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모두가 기뻐했던 일이 나중에는 오히려 독이 되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기업의 사업 제안
어떤 스타트업에 대기업 직원이 찾아와 ‘당신 회사의 기술에 관심이 있는데 제품을 공동 개발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라고 제안을 합니다. 10~20명 정도의 인력으로 운영되던 스타트업에 이런 제안이 들어오면 드디어 우리 회사에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 굉장히 흥분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협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일을 진행 시키기로 합니다.
대기업에서 담당자들이 스타트업으로 찾아와 개발에 대해 협의하고 그 내용을 실제로 진행해 주기를 요청합니다.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과 운영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제안을 근거로 투자 유치에 참여합니다. 많은 벤처캐피탈을 만나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그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대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우리 기업에 투자를 해준다면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대기업 납품을 통해 매출을 올리게 될 것이며, 이렇게 진행 된다면 우리 기업은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투자자들은 투자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기업의 발표를 들으며 벤처캐피탈도 기업에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대기업에서 연간 몇 십 억~몇 백 억 원 단위로 제품을 구매하면 이 스타트업이 금방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자 기관들은 이 스타트업이 정말 대기업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지를 계속해서 검증합니다. 이를 레퍼런스 체크라고 하는데요. 기업이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기업의 담당자 연락처를 요구하는 등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일인 지 확인 하는 작업을 거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과하면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스타트업은 일을 진행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동 개발 직전이 되자 대기업에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게 '계약서를 썼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계약서는 없습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는 담당자가 말한 일종의 계획이기 때문에 일이 모두 진행 되어서 계약서를 써야만 하는 때가 아니라면 준비 단계에서는 스타트업과 계약서를 써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철회하는 때부터 큰일이 나기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과의 사업 진행을 위해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아 직원을 고용하고 설비를 늘리는 등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준비해 놓은 규모 만큼 돈이 들어올 곳이 없습니다.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설비투자금을 손해 보고, 회사가 어려워져 직원을 해고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며 결국에는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투자를 받은 것이 오히려 회사에 큰 독으로 작용하게 된 상황이지요. 이때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회사가 완전히 망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운이 좋게 동종 업계의 투자를 받는 등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하여 회사가 상장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리즈 투자
기업의 투자유치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는 사례가 또 하나 있습니다.
시리즈 A, B, C 투자에 대해 이야기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시리즈투자' 한번에 정리하기(클릭)>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시리즈A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시리즈B는 사업을 성장 시키기 위해, 시리즈C는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받는 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에 성공해서 ‘이 기업은 성공했다’고 인정 받은 사례의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해 몇 십 억~몇 백 억 씩 투자를 받는다면 기업은 큰 기대를 할 것입니다. 투자 기관으로부터 기술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는 증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기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해 시리즈A 투자에서 30억을 투자 받게 되었습니다. 관련된 기사가 나오고 투자 시장에 이 기업이 알려지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으로 시리즈B 투자에서 몇 백 억을 투자 받는 데에 성공합니다. 기업 가치가 천 억대가 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이제는 누가 봐도 성공한 회사라고 이야기 할 만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공적인 투자 유치가 기업이 파산하는 데에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한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 유치를 하다 벤처캐피탈에서 20억 투자 받기에 성공합니다. 벤처캐피탈은 기업에 투자를 하며 ‘이 돈을 가지고 매출을 50억, 100억 규모로 키우면 100억까지 후속 투자를 할 계획이 있으며, 벤처캐피탈 그룹 파트너들과 협의해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 하는데 도움을 드리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기업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직원을 더 고용하고 설비투자를 늘립니다. 투자를 받기 전 기업의 월 고정비는 3,000~4,000 만원이었지만 투자를 받은 후에는 월 고정비가 1억~2억이 드는 수준으로 회사의 규모가 커져 있는 상태입니다. 20억이라고 하지만 매달 고정비로 1억~2억이 사용 된다면 이정도 자금은 1년 정도면 떨어지고 맙니다. 기업은 후속 투자를 위해 사업을 잘 이뤄내고 원하는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후속 투자를 받아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처음 투자를 했던 벤처캐피탈에 찾아갑니다. 그런데 막상 투자를 받을 때가 되니 벤처캐피탈의 상황이 달라져 지금은 투자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벤처캐피탈로 찾아가 투자를 받으려고 하니 그곳에서는 ‘처음 투자한다고 했던 기관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걸 보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기업을 의심하거나,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들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바로 투자를 해주지 않습니다. 대표는 점점 초조해집니다.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하지 못하면 규모가 커진 기업을 운영할 방법이 없어 직원을 해고하고 사업을 축소하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파산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됩니다. 요즘 이런 사례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 갑자기 금리가 인상되면서 벤처투자시장도 지난해에 비해 투자가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신규 펀드 결성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벤처캐피탈도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에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에 더 집중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기존 시리즈A, 시리즈B 투자를 받았던 기업들은 신규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지요. 이름을 들으면 익히 알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금 유치를 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시리즈 투자의 단점입니다. 투자를 받아 기업의 규모를 키워놨지만 그 다음 투자가 확정 되지 않은 것이지요. 시리즈 투자는 시리즈A 단계에서 10개 기업이 투자를 받았다면 다음 단계인 시리즈B 투자는 3개 기업 밖에 받지 못합니다. 다시 시리즈B 단계에서 시리즈C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은 1개 뿐입니다. 결국 시리즈 투자는 기업이 깔대기처럼 걸러져 다음 단계의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은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내가 마지막 한 기업이 되기를 희망할 뿐이지요. 이런 시리즈 투자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라우드펀딩이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이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개인이 본인의 선택에 의해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지요. 대중이 모이면 사업이 좋고 성장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며 함께 사업을 만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사업을 한다면 시리즈 단계대로 투자를 받으면 성공, 받지 못하면 실패하는 구조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원하는 단계에서 계속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기업의 사업 제안, 시리즈 투자 등 당시에는 기업에게 있어 굉장히 좋은 소식들이 시간이 지나 오히려 독이 되어 회사가 힘들어진 사례들을 이야기 해드렸습니다. 이런 일은 기업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 혹은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업자가 누구와도 의존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창업자 자신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투자자가 창업자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가 투자자를 이끌어가는 것이 스타트업 사업입니다.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비전을 그리고 그 비전에 따라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만약 기업이 지금 누군가에게 의존하여 사업이 끌려다니고 있다면 냉정히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과 창업자가 주도적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운동을 할 때 처음 근력을 키우는 데는 힘이 들지만 근력이 생기고 나서는 힘들지 않고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어려운 이 시기를 잘 인내하고 견뎌내면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